새로 조성된 황령산 김소월 길 탐방(20250319)
(사) 유라시아교육원 국제 소월협회에서 매월 셋째 수요일 오전에 진행하는 제26차 소월시 감상회를 마치고 ‘소월 사랑’ 회원 10여 분과 황령산을 찾았다. 지난해 부산시와 남구청, 산림청이 부산시의회 정태숙 의원의 시정 제안을 받아들여 10월부터 연말까지 사업비 3억 원을 투입해 2.3㎞의 황령산 생태숲에 `김소월 시와 함께 하는 길'을 조성하고 소월 시를 돌에 새겨넣은 시비를 10개 세웠는데, 그걸 현장에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우리 국제 소월협회가 추천한 시들을 정말로 세워 놓았는지 어떤지, 시비의 규모나 간격이 어느 정도인지 여러 가지로 궁금했다.
우리는 세 대의 승용차를 나눠타고 황령산 유원지 생태숲 주차장에 내려 임도를 따라 황령산 산허리를 돌아 김소월 시인을 찾아 나섰다. 비석은 유원지 방향에서 바람고개 쪽으로 ‘진달래꽃’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부모’ ‘산유화’ ‘못 잊어’ 순으로 서 있었다. ‘초혼’을 비롯한 ‘먼 후일’ ‘옛이야기’ ‘엄마야 누나야’ ‘금잔디’는 바람고개를 지나 편백 나무 19만 그루가 울창한 숲길에 드문드문 세워져 있었다.
황령산 김소월 길 완성으로 소월 기념사업 관련해서는 이제 부산이 서울을 앞질렀다. 서울 남산에는 1968년에 세워진 ‘산유화’ 1기뿐이다.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서 소년에게’ 발표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일보사가 57년 전에 세운 거다. 그 초라한 현실을 참작한다면, 2025년 봄에 부산 황령산이 소월 시비 10기를 한꺼번에 보유하게 되었다는 건 대단히 놀랍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희거나 검은 좋은 돌로 꽤 규모 있게 조성된 10개의 시비는 서로서로 너무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아직 겨울 기운이 가시지 않았고 이제 막 조성된 탓에 시비 양쪽 옆이나 뒤쪽에 조성된 꽃밭도 제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듯했다. 남구청은 소월 시비 근처에 꽃무릇 6,500본과 진달래 1,700주를 심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바다 시가 빠졌다는 사실이다.
소월은 229편이라는 많은 시 가운데 20여 편의 바다 시를 남긴 바다 시인이기도 하다. 평안북도 곽산의 소월의 고향 집에서는 발끝을 들면 멀리 푸른 서해가 보였다. 소월의 바다는 답답한 현실을 타개할 자유와 해방의 공간이었다. 부산도 바다를 빼면 거의 ‘시체’다. 황령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태평양이 훤하다. 그래서 “소월 시 ‘바다’는 시비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그렇게 주장했거늘, 왜 빼 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쪼록 이제 시작했으니까,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한반도의 관문 도시 부산 도심에 솟은 아름다운 황령산, 전국 100대 명품 숲이라는 여기 편백 숲이 앞으로 한반도 대표 시인 김소월의 시비로 가득한 그런 생태 문화 복합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부산은 도시의 새 비전으로 ‘글로벌 허브 도시’를 선언해놓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허브는 물류, 항만, 공항의 현대화로만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에 123개의 공, 사립 문학관이 있지만, 대단히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대표 시인이자 한국 근대문학의 아버지인 김소월을 기리는 문학관은 없다. 소월은 무주공산과 같은 처지다. 그래서 선점이 중요하고, 소월과 국제도시 부산을 연결하는 새로운 창의력이 요구된다. 아무쪼록 이번에 대대적으로 추진한 황령산 김소월 시비 건립을 계기로, 한반도 대표 시인 김소월의 시 정신과 시작품을 해외로 널리 알리는데 부산사회가 나서서 큰 역할을 하길 고대해본다.
(글/사진 이재혁 국제 소월협회 회장)


















